
Streched Love (늘어난 사랑)
“사랑스런 아이유(IU)와의 진실 공방! 진실 공방안에는 진실은 없다. 공방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무엇을 안다고 자부하는 순간 모는 걸 다시 의심하게 되는 이상한 나라 같다.
세계를 경험하면 할 수록 이 곳엔 정답이 없다는게 자명해지고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모든 것에 어눌해지고, 머뭇거려지는 요즘이다.
젠더를 다루면서는 특히,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존재’를 ‘그렇게’ 믿고 사랑한다는게 의심스러워졌고. 그러니 ’사랑한다’는 감정도 의심스러워졌다.
그런데 과연 ’진짜’라는 게 있을까? 진실공방의 시작이다.




Review_ <존재를 떠올리며> 김주현
엎어져 있는 아이유 판넬을 일으켜 똑같이 포즈를 따라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다. 흔들리자 균형을 바꿔서 다른 움직임으로 변한다.
이어서 놓여진 사물을 똑같이 따라하지만 앞의 변화한 움직임과 달리 의미와 형태가 점점 갈피를 잃는 듯이 보인다.
사물을 따라할 수록 아무런 의미를 내지 못하는.
고민하고 애쓰지만 점점 멀어지는.
말이 없는 존재들 사이에서 혼자 움직이는.
그 모습을 보며 흡수되는 느낌.
용기를 낼 수록 커지는 두려움이 전달되기 때문일까?
자기 토대가 없이 움직이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자신을 자신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기 스스로가 없어지는 상태에서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조심스레 아이유 판넬에 다가가는 작가는 분신을 바라보는 듯, 친구를 대하듯 함께 앞으로 나온다.
공감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생긴 느낌이랄까.
그 후 사물에 붙어있던 젠더 표현을 아이유와 자신의 몸에 붙이고 립싱크로 부르는 ‘너를 위해’
절규하듯 부르는 가사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말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공연을 보며 생기는 감정에 거리를 두고 싶지 않다.
존재가 흔들리고, 부정당하는, 스스로를 유기하게 되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 공연은 오히려 감정과 충분히 붙어있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어떤 존재를 믿고 사랑하기가 의심스러운 상태라고 말하는 작가를, 관객으로서 믿음을 가지고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늘어날 수 있을까.
아이유와 함께 넘어지는 모습은 죽음으로 향하는 순간 같았다.
첫 시작에서 중심이 흔들릴 때 다시 균형을 찾았던 것처럼, 자기 내부의 균형을 찾은 것일까.
이전 세계와는 다르게 역전이 일어난 것 같은.
(‘자기 토대가 없이 움직이는 것은 외로운일이다.’의 역전으로서)
그들의 추락은 죽음과 직결되는 동시에 재생의 힘이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넘어지고 널브러지는 모습에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낀 건 왜일까.
변화를 담은 죽음은 존재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일까.
(‘자신을 자신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의 답으로서)
퍼포머가 빠져나온 텅 빈 공간은 그가 쓰러지면서 생겨난 진동이 커다랗게 남아있는 것 같다.
텅 빈 곳에 남은 진동은 곧 모든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